"육아는 엄마가 더 잘하지 않아?"
"아빠는 돈이나 잘 벌어오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말이 옛날엔 많았죠.
요즘은 제가 다니는 회사에도 아빠의 육아 휴직이 많아지긴 했지만 단지 성평등을 위해서마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최근 국내외 연구들은 이런 생각이 얼마나 오래된 편견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아이에게, 그리고 가족 전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아빠의 육아는 단순히 "엄마를 돕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이의 정서, 인지, 사회성 발달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약 1만 8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출생코호트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후 6개월 때 기저귀 갈기 등 일상적인 돌봄에 아빠가 더 많이 참여한 경우, 그 아이가 16세가 되었을 때 우울감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약 10% 낮았습니다 (Kato et al., 2022).
영국 ALSPAC 코호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영아기 초기에 아빠가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고, 부모 역할에 안정감을 가질수록 아이가 9세 전후에 우울 증상을 보일 위험이 9~13% 낮았습니다 (Opondo et al., 2017).
단,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육아참여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시간도 중요하지만, 연구들은 참여의 "질"을 더 강조합니다.
애착을 형성하는 상호작용, 아이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것, 함께 놀아주면서 교감하는 것 등이 아이 발달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Opondo et al., 2017).
그냥 옆에 있으면서 핸드폰을 보는 것과, 아이 눈을 맞추며 놀아주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빠의 정신건강 상태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아빠가 우울하거나 불안 증상을 겪으면, 아이 역시 내재화 문제(불안, 우울)나 외현화 문제(공격성 등)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Fisher, 2017; Yogman & Garfield, 2016).
반대로 아빠-영유아 상호작용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 아빠 자신의 우울·불안 증상도 줄어들고 아이의 정서·행동 문제도 함께 감소하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Cimino et al., 2024).
아빠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점,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아빠의 육아참여는 아이에게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닙니다.
국내 패널 연구에 따르면, 아빠의 육아참여가 높아질수록 어머니의 만족도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부부 갈등이나 육아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센터에서 진행된 "7.2.8 프로젝트" 사례를 보면, 프로그램 참여 후 아빠들의 양육 역량과 정서적 유대감이 증가했고, 성역할 고정관념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육아를 "엄마 일"이 아닌 "우리 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 거죠.
2024년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습니다.
총 41,829명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2015년 4,872명에 비하면 10년 만에 약 9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부모 함께 육아휴직제' 확대 시행(자녀 생후 18개월 이내 부모 모두 6개월 육아휴직 시 월 최대 450만원 지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연구 결과를 실생활에 적용할 때 몇 가지 기억해 두면 좋을 점이 있습니다.
첫째, 참여의 질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시간만 늘리는 것보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감정에 반응해 주는 상호작용이 더 중요합니다.
둘째, 부부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육아가 한쪽에게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역할 분담과 기대 조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아빠 자신의 정신건강도 챙겨야 합니다.
아빠가 지쳐 있으면 좋은 상호작용도 어려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제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도 이제 11개월 된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건데, 아이가 아빠한테 웃어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더라고요.
원래도 아기를 좋아해서 보기만해도 좋긴한데
아기와 어떻게 놀아야할지 몰라서 옆에서 아기가 노는걸 보기만하기도 했었는데요
이제 그럼 안되겠어요 ㅎㅎ
아빠들! 아기에게도 엄마에게도 그리고 아빠 스스로에게도 좋은 아빠의 육아
화이팅입니다!
Kato, T., Kachi, Y., Ochi, M., Nagayoshi, M., Dhungel, B., Kondo, T., & Takehara, K. (2022). The long-term association between paternal involvement in infant care and children's psychological well-being at age 16 years.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324, 114-120. https://doi.org/10.1016/j.jad.2022.12.075
Opondo, C., Redshaw, M., & Quigley, M. (2017). Association between father involvement and attitudes in early child-rearing and depressive symptoms in the pre-adolescent period in a UK birth cohort.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21, 115-122. https://doi.org/10.1016/j.jad.2017.06.010
Boyce, W., Essex, M., Alkon, A., Goldsmith, H., Kraemer, H., & Kupfer, D. (2006). Early father involvement moderates biobehavioral susceptibility to mental health problems in middle childhood.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45(12), 1510-1520. https://doi.org/10.1097/01.chi.0000237706.50884.8b
Fisher, S. (2017). Paternal Mental Health: Why Is It Relevant? American Journal of Lifestyle Medicine, 11, 200-211. https://doi.org/10.1177/1559827616629895
Yogman, M., & Garfield, C. (2016). Fathers' Roles in the Care and Development of Their Children: The Role of Pediatricians. Pediatrics, 138. https://doi.org/10.1542/peds.2016-1128
Cimino, S., Tafà, M., & Cerniglia, L. (2024). Fathers as Key Figures Shaping the Foundations of Early Childhood Development: An Exploratory Longitudinal Study on Web-Based Intervention.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13. https://doi.org/10.3390/jcm13237167
고용노동부 (2024). 2024년 육아휴직 현황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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