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밥 한 술 먹이려고 30분을 씨름했어요." 식사 시간마다 밥그릇 앞에서 벌어지는 전쟁, 혹시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죠? 아이가 채소를 집어던지고, 고기는 입에도 안 대고, 그것도 모자라 어제까지 잘 먹던 음식을 오늘은 거부할 때—'혹시 영양이 부족한 건 아닐까? 성장이 늦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옵니다. T 연구원 아빠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소아 편식 관련 연구들을 직접 찾아 읽었습니다. 논문이 뭐라고 하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놀랍게도 유아기 편식은 비정상이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의 영유아가 편식 행동을 보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편식(선택적 식사) 행동은 만 3세에 정점에 달하며 약 27.6%의 아동이 해당됩니다.(Cardona Cano et al, 2015)
대부분은 만 6세 무렵에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편식 자체보다는 편식이 지속되는 기간과 심각도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2~5세 사이에는 '음식 신공포증(Neophobia, 네오포비아)'이 라는 현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처음 보는 음식을 거부하는 본능적 반응으로, 진화적으로는 독성 식물 섭취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이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기까지 평균 8~15회의 반복 노출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Dovey et al, 2008)
한두 번 거부했다고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편식이 흔한 현상이라 해도, 영양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닙니다. 어떤 경우를 주의해야 할까요?
미국 아동 917명 대상으로 편식 심각도에 따라 영양 섭취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중증 편식 아동(전체의 약 17.6%)은 아연, 철분, 엽산, 비타민 C 섭취량이 정상 섭취 아동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반면 경증 편식 아동(약 20.0%)은 전반적인 영양 지표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편식의 '심각도'가 핵심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Taylor et al, 2016)
영국에서 진행된 만 3~7세 대상 연구에서는 편식이 심한 아이들에게서 체중 미달 및 키 성장 지연이 유의미하게 더 빈번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편식으로 인한 성장 부진인지, 원래 타고난 체질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Wright et al, 2007)
단순히 밥을 안 먹는 것과 성장 곡선이 떨어지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주의 신호로 보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의 편식에는 양육 방식도 영향을 미칩니다. 논문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압박형' 식사 방식은 오히려 편식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아이가 배고픔과 포만감을 스스로 조절하게 하는 '반응형(responsive feeding)' 양육 방식을 사용한 부모의 아이들은 더 다양한 음식을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숟가락만 더 먹어!"라는 말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Hughes et al, 2016)
부모가 음식을 보상으로 사용할 때('다 먹으면 디저트 줄게') 아이의 식품 선호가 오히려 편향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 경우 아이는 달고 맛있는 '보상 음식'에 대한 선호만 강화되고, 채소·단백질류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졌습니다.(Birch,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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